누구나 어린 시절이 되면
세상이 달라 보였던 순간이 있다.
평범한 나뭇가지가 마법 지팡이로 보이고,
골목길이 미로 같았던 때.
폴란드 화가
타데우즈 마코프스키(Tadeusz Makowsk)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타데우즈는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그린다.
장난감 검이 진짜가 될 때
《Swordsmen》을 보면
아이들이 장난감 검을 들고 서 있다.
문 앞에 선 한 아이와
다른 편인 듯 숨어 있는 아이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지만,
문을 사이에 두고 검을 겨눌 그때를
사뭇 진지하게 기다리고 있다.
어른들 눈에는 마냥 장난처럼 보이지만
아이들 눈빛만큼은 이미 중세의 기사다.
등불이 마법이 되는 밤
《 Children with Torches 》의 아이들은
축제를 기다리고 있다.
동그란 등불은 아이들의 마음처럼 반짝인다.
빨간색, 노란색 등불을 들고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하다.
한 아이가 북을 들고,
다른 아이들이 등불을 든 채 뒤따른다.
이제 골목길은 아이들이 행진하는 무대가 된다.
가면 속 다른 나
《Masquerade in the dark》는
가면의 마법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가면을 쓴 순간,
되고 싶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가면을 쓴 아이들이 모여들면,
평범한 저녁은 비밀스러운 파티가 되고.
그곳은 아이들만의 아지트가 된다.
어른들은 인형처럼
재미있는 건, 마코프스키가 그린
어른들의 모습이다.
《Portrait of a Man with Pipes》의 인물이나
《Miser》의 구두쇠 영감은 마치 목각인형 같다.
어쩌면 이것이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
반복되는 동작, 과장된 몸짓.
아이들은 늘 어른들을 이상하고
재미있는 존재로 보았으니까.
잃어버린 시선을 찾아서
마코프스키의 그림은
우리가 잊고 있던 시선을 되찾아준다.
세상은 본래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나무 막대는 검이 될 수 있고,
등불은 마법의 불빛이 되며,
가면은 새로운 나를 만들어낸다.
어른들은 걸어 다니는 인형 같고,
골목길은 모험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시선을 잃어버렸을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마코프스키는 그 잃어버린 시선을
그림 속에 담아두었다.
그래서 마코프스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그 특별한 시선으로
세상이 보인다.
'화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흐의 자화상 3편: 거울 앞에 선 화가의 용기 (0) | 2025.01.07 |
---|---|
에곤 실레가 그린 뒷모습의 비밀: 등을 돌린 여인들 (0) | 2025.01.04 |
고흐가 사랑한 일상: '고흐의 방'부터 '오베르의 밀밭'까지 (0) | 2024.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