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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야기

삼청동 가을 산책, 노은님 《빨간 새와 함께》

by innarte 2025. 11. 19.

전시 정보

전시명: 빨간 새와 함께

작가: 노은님
기간: 2025.10.15 ~ 2025.11.23
장소: 현대화랑
관람: 무료


경복궁 둘레길을 걸었다.

은행잎이 노랗게 깔린 길 옆,

전시회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바탕 위 붉은 형체들.

노은님의 《빨간 새와 함께》였다.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 병사처럼
싸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풀밭에서 뛰노는
어린아이 같아야 한다.

작가가 남긴 말이다. 그림들은 정말 그랬다.

자유롭고, 생명력으로 가득했다.

 

전시 소개

《빨간 새와 함께》는 노은님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80-90년대 작품 20여 점을 모았다.

'생명의 즉흥시'라 불렸던 작가의 작업 세계.

3미터에 가까운 대작들 앞에 서면

그 힘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가 소개

노은님(1946-2022)은 1970년 독일로 건너가

1973년 함부르크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84년 백남준, 요셉 보이스와 함께

'평화를 위한 비엔날레'에 참여했고,

1990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함부르크미술대학 정교수가 되었다.

동양의 명상과 독일 표현주의가 만난

노은님의 작품에는

새, 물고기, 고양이 같은 생명들이

자유롭게 떠다닌다.

무의식의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펼쳐낸 형상들이다.


빨간 새와 함께

노은님, 《빨간 새와 함께》, 1986. 직접 촬영

누군가를 꼭 안고 싶은 날이 있다.

빨갛게 타오르는 마음으로.

붉은빛 새는 검은 형체에 매달린 채, 함께 떠 있다.


두 나무 잎사귀 사람들

노은님, 《두 잎사귀 사람들》, 1986. 직접 촬영

두 잎사귀가 어둠 속을 헤엄친다.

바다일까, 하늘일까.

경계 없는 세상에서 두 존재는 나란히 떠간다.


큰 물고기 하나

노은님, 《큰 물고기 하나》, 1984. 직접 촬영

혼자라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었다.

검은 바탕 위, 흰 물고기 하나.

고요가 머문다.


큰 물고기 식구들

노은님, 《큰 물고기 식구들》, 1991. 직접 촬영

식구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향일 필요는 없다.

작가는 큰 물고기 하나를 반대편으로 보냈다.

컬러풀한 색깔들이 조화롭게 살아나듯

가족 안에도 제각각의 개성이 있다.

흩어져 있어도, 다른 길을 가도, 여전히 함께다.


검정 고양이

노은님, 《검정 고양이》, 1980. 직접 촬영

검은 고양이가 화면을 채운다.

삶의 자국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다.

어둠 속에서도 눈빛만은 빛난다.


전시를 보고 나오니 생각이 자유로워졌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각자의 방향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

노은님의 그림에는 그런 힘이 있다.

현대화랑은 소규모 갤러리라

20-30분이면 충분하다.

경복궁 산책 코스에 넣기 좋다.